신박사 : 블랙홀 연구자에서 1만 대학원생을 돕는 크리에이터로
2025. 6. 30.

연구자에서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안녕하세요. 저는 ‘신박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있는 크리에이터입니다. 대학원생과 연구자분들이 조금 더 수월하게 연구하고, 논문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돕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SNS 채널을 운영하며 강의도 하고, 커뮤니티도 함께 꾸려가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이 일을 계획한 건 아니었지만, 제 삶과 커리어의 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지금의 길로 이어지게 되었어요.
고등학생 시절, 우주 사진 한 장이 바꿔놓은 진로

어릴 때부터 저는 수학과 과학을 좋아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이공계열로 진로를 생각했지만, 수학은 파고들수록 정말 탁월한 사람들만이 빛나는 세계라는 걸 느꼈어요. 어디에 마음을 둘까 고민하던 중,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한 장의 천체 사진을 보게 됐습니다. 그 순간 ‘이거다’ 싶은 확신이 들었고, 천문학자가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당시에는 점수에 맞춰 진학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저는 오히려 천문학과가 있는 학교들을 먼저 정리해놓고, 그중 제 점수에 맞는 대학을 선택했어요. 그렇게 경희대학교 우주과학과에 진학했고, 대학 시절에는 블랙홀에 깊이 매료되어 서울대 대학원에 진학해 본격적인 연구자의 삶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박사 후 연구자의 삶이 마주한 벽

대학원, 박사, 그리고 박사 후 연구과정(Postdoc). 사실 이 길을 걸으면서도 저는 계속해서 블랙홀을 연구하며 성실히 논문을 써왔어요. 운이 좋게도 논문 성과도 꾸준히 냈고요. 그런데 박사 학위 이후 정규직 자리를 얻는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좁고, 경쟁은 치열했습니다. 실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현실에 부딪히면서, ‘과연 나는 이 길을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그래도 쉽게 포기할 수는 없었어요. 십수 년 동안 연구에 쏟아온 시간과 에너지가 너무도 소중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떠올린 게, 내가 이 지식을 그냥 흘려보내지 말고, 남겨두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어요. 나만 알고 끝낼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그게 바로 지금의 SNS 채널, ‘신박사’를 만들게 된 시작이었어요. 처음엔 그냥 연구 방법, 논문 팁 같은 걸 하나씩 공유했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강의를 요청하기 시작했어요.
강의는 처음이었지만, 멈추지는 않았어요

사실 강의 요청이 처음 왔을 땐 많이 망설였어요. “내가 강의를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하지?” 이런 고민이 많았죠. 단지 정보를 전달하는 것과 ‘가르친다’는 건 정말 다른 일이니까요. 며칠, 아니 몇 주는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결국엔, 누군가 도움이 된다고 한다면 해보자—그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2024년 3월, 제 첫 클래스가 열렸고, 오픈카톡으로 만든 커뮤니티 ‘신박사의 연구방’도 시작했어요. 제 성격이 막 커뮤니티를 활발히 이끄는 타입은 아니지만, 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운영해보고 있습니다. 강의도 처음엔 많이 서툴렀지만, 수강생들과 주고받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조금씩 개선해왔고요. 지금은 강의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스터디, 만남, 대면 수업 등으로 확장해가고 있어요.
제가 강의에서 자주 이야기하는 건, 제가 다양한 주제의 논문을 썼다는 점이에요. 같은 블랙홀을 연구한다고 해도, 다루는 분야에 따라 연구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저는 매번 전혀 다른 접근법을 요구하는 주제를 택해왔고, 그래서 매번 다시 처음부터 공부해야 했습니다. 그게 저에겐 고된 일이면서도 큰 자산이 되었어요. 왜냐하면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다 보니, 연구나 논문 작성에는 공통된 패턴과 구조가 있다는 걸 체득하게 되었거든요. 지금은 그걸 정리해서 다른 분들께도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얼굴 없이도 신뢰를 만든 방법

온라인에 얼굴도 이름도 공개하지 않는다는 건, 사실 처음엔 저도 걱정이 있었어요. 요즘은 사람 얼굴이 브랜드가 되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저는 오히려 ‘얼굴 없이도 신뢰는 쌓을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초기에는 수강생들의 후기가 큰 힘이 되었어요. 어떤 분은 A4 반 장 넘게 정성스러운 후기를 써주신 적도 있어요. 이런 후기들이 점점 쌓이면서 저라는 사람을 대신해 신뢰를 전달해준 셈이죠. 또 제가 감사한 마음으로 오프라인 모임도 열고, 실제 만남의 기회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얼굴은 공개하지 않지만, 실존하는 사람으로서의 신뢰는 점점 쌓여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제 활동을 ‘수익을 위한 강의’보다는 ‘도움을 주기 위한 콘텐츠’로 바라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졌고, 저 역시 그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더 진심을 다하게 된 것 같아요.
콘텐츠를 무료로 공개해도 괜찮을까요?

사실 저도 처음엔 그 고민을 했어요. 그런데 저는 처음부터 대부분의 내용을 전부 인스타그램에 공개해둔 상태였거든요. 그래서 나중에 오히려 이렇게 생각했어요.
“이왕 다 보여줬으니, 이제 강의는 더 쉽게, 더 깊이 있게 정리해서 전달하자.”
제 콘텐츠는 무료로도 충분히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걸 목표로 만들고 있어요. 강의는 그 내용을 더 잘 정리하고, 더 풍부한 사례와 질문에 대한 대응을 포함해서, 더 ‘이해되게’ 풀어주는 역할을 하죠. 오히려 그런 공개 방식이 신뢰를 만들어주고, 강의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어준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저 혼자만이 아니라,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연구자 어벤저스’ 같은 팀을 만들어서 더 다양한 학문 분야의 대학원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어요. 논문과 연구라는 도구를 넘어, 대학원생의 삶 자체를 이해하고 응원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가는 것이 지금 제 다음 목표입니다.
저는 늘 제 길을 제가 계획한 대로 걸어온 건 아니었어요. 예상치 못한 벽 앞에서 방향을 틀기도 했고, 한참 돌아오기도 했죠. 하지만 돌아보면, 그 모든 경험이 결국 지금의 콘텐츠로 이어졌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제게 가장 큰 의미가 되었습니다.











